신명기 22장

성경
신명기

못 본 체하지 말라

신명기 22장

인간의 본능적 이기심

사람들은 누구나 이기적인 면과 자기중심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쁘게 길을 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길을 막아서며 팔을 붙잡고 길을 묻는다면, 우선 먼저 드는 생각은 "내가 지금 굉장히 바쁜데"라는 마음입니다.

상대방은 이 길이 초행길이고 길을 잃어 날이 어두워가는 가운데 답답하고 초조한 마음에 나에게 길을 묻고 있는데, 우리는 상대방의 입장이나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우선 내가 바쁘고 분주하다는 생각이 먼저 우리를 지배합니다. 바빠서 못 본 체하고 귀찮아서 외면해버립니다.

또한 바쁘고 귀찮은데 상대방의 일에 개입했다가 나중에 일이 복잡해져서 더 귀찮은 일이 생길까 두려워하여, 상대방의 일에 개입하기를 꺼리고 오히려 선을 긋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참된 공동체를 위한 하나님의 명령

"네 형제의 소나 양이 길 잃은 것을 보거든 못 본 체 하지 말고 너는 반드시 그것들을 끌어다가 네 형제에게 돌릴 것이요" (신 22:1)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런 이기적 태도를 절대로 취하지 말라고 엄명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모세를 통해 주신 이 말씀의 핵심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 정착할 때 공동체를 진정 공동체답게 만들고, 사람이 행복하게 살 만한 터전으로 가꾸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형제"라는 표현은 단순히 피를 나눈 혈연관계보다 훨씬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웃까지를 아우르는 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지금 이 말씀을 듣는 시점에서는 요단강 동편 모압 평지에 있었지만, 머지않아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정착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어떤 이는 목축업에, 어떤 이는 농업에 종사하게 될 텐데, 목축업자나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가장 소중한 가정의 재산이 바로 소나 양 같은 가축들입니다.

누군가가 소나 양을 잃어버렸다면, 그것은 잃어버린 당사자에게 극도로 애타고 가슴 아픈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농사짓다가 혹은 내 가축을 돌보러 다니다가 이웃의 소나 양을 발견하게 된다면, 절대로 못 본 체하지 말고 그것을 끌어다가 반드시 이웃에게 돌려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만약 그 주인을 알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형제가 네게서 멀거나 또는 네가 그를 알지 못하거든 그 짐승을 네 집으로 끌고 가서 네 형제가 찾기까지 네게 두었다가 그에게 돌려줄지니" (신 22:2)

이는 분명히 귀찮고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이런 일까지도 귀찮아하지 말고 피곤해하지 말며 기꺼이 감수하고, 반드시 이웃에게 주인을 찾아서 돌려주라고 명령하고 계십니다.

이어서 하나님께서는 다시 한번 못 본 체하지 말라는 말씀을 거듭 강조하십니다.

"나귀라도 그리하고 의복이라도 그리하고 네 형제가 잃어버린 어떤 것이든지 네가 얻거든 다 그리하고 못 본 체 하지 말 것이며 네 형제의 나귀나 소가 길에 넘어진 것을 보거든 못 본 체 하지 말고 너는 반드시 네 형제를 도와 그것들을 일으킬지니라" (신 22:3-4)

1절에서 4절에 이르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못 본 체하지 말라"는 말씀을 무려 세 번이나 거듭 반복하여 강조하고 계십니다. 이는 인간 본성 가운데 뿌리 깊게 자리한 자기중심적 이기심을 극복하고 뛰어넘어, 형제들의 아픔과 처지를 반드시 살피고 돌보라는 간절한 명령입니다.

하나님의 모범에서 나온 명령

하나님께서 "못 본 체하지 말라"고 이렇게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 말씀하셨을까요? 바로 하나님께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의 답답함과 고통을 단 한 번도 못 본 체하신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동안 광야 생활을 할 때 하나님께서는 항상 눈동자같이 살피고 보호하셨습니다. 그들이 뜨거운 햇볕 아래서 길을 걸을 때는 구름 기둥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셨고, 사막에서 해가 져서 갑자기 추위가 찾아올 때는 불기둥으로 그들을 따뜻하게 해주셨습니다. 목이 말라 죽을 것 같다고 할 때는 반석에서 물을 내주셨고,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할 때는 하늘에서 메추라기를 내려주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40년 동안 하나님의 세심한 돌봄을 받지 않았습니까?

하나님께서 만약 그들의 형편과 처지를 못 본 체하셨더라면, "나는 할 일이 많으니 너희가 어떤 고통을 겪든지,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든지 나는 바빠서 관심 없다"고 말씀하셨더라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단 한 사람도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그들이 요단강 동편까지 와서 가나안 땅 입성을 앞두고 있는 이 순간까지 결코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형편을 항상 살피시고 단 한 번도 못 본 체하신 적이 없으시기에, 너희도 이웃의 고통과 답답함, 급한 사정을 절대로 못 본 체하지 말고 그들의 형편을 세심히 살피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이는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형편을 단 한 번도 못 본 체하신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답답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구하고 손을 내밀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손을 내밀어 우리를 붙잡아 주시며 일으켜 세워주시고 답답한 상황을 해결해 주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순간순간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이웃의 형편과 그들의 사정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못 본 체하지 말고, 함께 손잡고 나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일구어 가야 합니다.

사랑의 실천을 위한 구체적 교훈

제가 목회의 기초를 배울 때, 목회의 참된 정신을 일러주신 목사님께서 늘 강조하셨던 말씀이 "성도들은 뒤통수에도 눈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목회자들이 길을 가다가 성도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반드시 쫓아가서 얼굴을 마주보며 정중히 인사드리고, "지금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라고 관심을 표현하라는 의미였습니다.

특히 연로하신 분들이 힘겹게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면 언제나 가까이 다가가서 "어디까지 가십니까? 태워드릴까요?"라고 친절하게 여쭈어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성도들의 모습으로 예수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시니, 성도를 정성껏 섬기는 것이 곧 예수님을 섬기는 길이라고 늘 일러주셨던 것입니다.

어찌 목회자만이 이렇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 모든 주님의 백성들, 하나님의 자녀들은 사람들을 보고 이웃을 바라보며, 그들이 길을 가도 못 본 체하지 말고 따뜻하게 인사하고, 무거운 물건을 들고 가시는 것을 보아도 못 본 체하지 말고 "도와드릴까요?"라고 다정히 여쭈어보며, 우리가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항상 많은 사람들에게 누구에게나 진심어린 정을 베풀고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참된 믿음의 백성들이 되어야 합니다.

다윗이 보여준 모범적 삶

사무엘상 23장에는 다윗이 그일라 백성들을 구원한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때 다윗은 형편상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사울에게 쫓겨 그와 함께한 사람들과 광야를 전전하며 숨어 지내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습니다. 사울에게 발각되면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일라 백성들이 블레셋의 침입을 받아 큰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사실 그일라 백성들을 구원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은 사울이었습니다. 그가 왕이었으니 당연히 군대를 이끌고 가서 그 땅의 백성들을 구해내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사울은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오직 다윗을 쫓아다니며 죽이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윗이 하나님께 여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하나님께서는 "그일라로 올라가서 그들을 구원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변에서 완강히 반대하던 다윗의 부하들을 설득하여, 다윗은 그일라로 올라가 그들을 구해냈습니다.

다윗은 못 본 체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이웃의 위기와 고통에 눈을 감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못 본 체하지 않고 그들을 도와 구해낸 것입니다.

다윗이 이렇게 행했기에 하나님께서도 다윗을 못 본 체하지 않으셨습니다. 광야에서 십수 년을 전전하며 쫓겨 다녀도, 하나님께서는 다윗을 항상 눈동자같이 살피시고 돌보시며 그의 어려움에 함께하셨습니다. 그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하나님께서 그를 건져주시고 동행해 주셨습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전하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자기중심적 이기심을 극복해야 합니다.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는 이유로 이웃의 고통을 못 본 체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어려움을 단 한 순간도 못 본 체하신 적이 없으시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본능적 자기중심성을 뛰어넘어 형제들의 아픔과 처지를 세심히 살펴보는 것이야말로 하나님 백성의 마땅한 삶의 자세입니다.

둘째, 작은 일부터 성실히 실천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가축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 넘어진 짐승을 일으키는 것처럼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일부터 못 본 체하지 말고 성실히 실천해야 합니다. 이런 작은 배려와 세심한 관심이 모여서 공동체를 더욱 살맛나고 행복한 곳으로 만들어갑니다.

셋째,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무한하고 지극한 은혜를 깊이 기억하며, 우리도 이웃에게 그와 같은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받은 은혜를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것이야말로 믿음의 백성의 마땅하고 아름다운 응답입니다.

복잡하고 각박한 세상, 모든 사람이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누구나 자신의 일에만 급급한 이 시대에 하나님의 백성들만큼은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됩니다. 오늘도 온종일 못 본 체하지 마시고 이웃의 위기와 고통에 따뜻한 손을 내미는 참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이 세상을 더욱 복되고 아름다운 터전으로 가꾸어 나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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