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26장

성경
신명기

하나님의 성민으로서 누리는 권리와 감당해야 할 의무

신명기 26장

직책이 주는 권리와 책임의 균형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직책을 맡게 됩니다. 그런데 이 직책이라는 것은 참으로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권리를 누리는 동시에 책임과 의무를 함께 짊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누구나 권리를 누리고자 할 때 반드시 그 권리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마땅히 감당해야 합니다.

목회자는 하나님께서 주신 영적 권위와 존경받을 권리가 있지만, 동시에 성도들을 영적으로 세심히 돌보고 보살피며, 그들을 위해 쉬지 않고 기도하고, 예배를 거룩하게 인도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부지런히 연구하여 올바른 진리를 교회 공동체에 선포해야 할 막중한 의무가 있습니다.

정치인들 역시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력과 그에 따른 여러 혜택들을 누리지만, 그와 동시에 백성들의 복지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법을 제정하고, 특히 사회의 작은 자들과 연약한 자들, 소외된 이들까지도 따뜻하게 품어 안는 포용력 있는 정치를 펼쳐야 할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권리와 책임, 의무가 서로 반비례하는 관계가 아니라 정비례하는 관계라는 점입니다. 권리가 클수록 책임과 의무 역시 그만큼 더 크고 무거워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들의 특징을 보면, 대개 많은 권리만을 주장하고 누리려 하면서 정작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는 최소한으로 줄이려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나님의 성민이 누리는 놀라운 특권

영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우리는 하나님께서 택하신 거룩한 백성, 즉 성민이라는 고귀한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성민으로서 우리가 누리는 권리와 특권은 실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놀랍고 풍성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온 우주의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놀라운 특권을 가졌습니다.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름과 동시에 하나님께서 소유하신 모든 것이 곧 우리의 것이 됩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들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우리는 그것을 마치 우리 소유인 것처럼 자유롭게 누리고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처럼 크고 놀라운 권리를 하나님의 성민이라는 자격으로 부여받게 되었는데, 과연 그에 마땅히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를 제대로 감당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보고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기업으로 주어 차지하게 하실 땅에 네가 들어가서 거기 거주할 때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신 땅에서 그 토지의 모든 소산의 맏물을 거둔 후에 그것을 취하여 광주리에 담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의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으로 그것을 가지고 가서 그 때의 제사장에게 나아가서 그에게 이르기를 내가 오늘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아뢰나이다 내가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주시겠다고 우리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땅에 이르렀나이다 할 것이오" (신 26:1-3)

첫 번째 것을 드리는 거룩한 의무

하나님의 성민이라면 반드시 맏물, 즉 첫 번째 열매를 하나님께 가져와야 한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이 말씀은 모세가 요단강을 건너기 직전, 출애굽 2세대들을 모압 평지에 모아놓고 전하는 유언과 같은 설교입니다. "너희들이 이제 곧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농사를 짓고 목축을 하며 정착하게 될 텐데, 그곳에서 거둬들이는 맏물, 즉 첫 번째 수확물들을 반드시 하나님께 가져와 드려야 한다"고 당부하신 것입니다.

사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가나안 땅에서 거둬들이게 될 첫 번째 수확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하고 소중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무려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메마른 광야에서 유랑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출애굽 2세대로서, 자신들의 부모인 출애굽 1세대들이 하나님의 심판으로 광야에서 모두 세상을 떠나는 것을 목격해야 했습니다.

부모 세대가 그토록 혹독한 광야 생활 속에서 온갖 고난을 겪었고, 이제 이들 자손들이 목숨을 걸고 치열한 정복 전쟁을 통해 가나안 땅을 차지한 후, 그 약속의 땅에서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지으며 목축을 해서 얻게 되는 첫 번째 소산이 얼마나 귀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겠습니까?

또한 실제적으로도 이것은 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요단강을 건너 길갈에 도착했을 때 40년 동안 그들의 생명을 유지해주었던 만나가 완전히 그쳤습니다. 이제 이들이 처음으로 농사지어 거둬들인 곡식은 그들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양식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 가장 소중하고 귀한 첫 번째 것을 하나님께 가져와 드리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히 자신들의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고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가? 이 소중한 첫 번째 열매는 당연히 내가 마음껏 누리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겠다"고 말할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는 그 첫 번째이자 가장 소중한 것을 반드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하나님께 가져와 드려야 한다고 명령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는 신앙

하나님께서 이처럼 명령하시는 데에는 분명하고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금 가나안 땅에 들어와서 농사를 짓고 목축을 하며 정착할 수 있게 된 것은 결코 그들 자신의 능력이나 힘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차근차근 되돌아보면 이 모든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께서 친히 주도하시고 이끌어 오신 일임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이집트에서의 기적적인 출애굽 사건도, 홍해를 마른 땅같이 가르신 놀라운 이적도, 40년 동안 메마른 광야에서 그들을 먹이시고 입히시며 살게 하신 것도, 가나안 정복 전쟁에서 승리하게 하신 것도 모두 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행하신 놀라운 역사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단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그 뒤를 따라간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처음 농사지어 거둬들인 그 소중한 열매들 역시 "이것은 너희들이 수고하고 너희들이 땀 흘려서 얻은 것이 아니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려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오늘날 우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이마에서 땀이 흐르고 마음으로 고생하며 몸으로 수고하고 애써서 얻은 모든 것을 온전히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을 향한 큰 불신앙이요 교만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누려온 모든 것들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시고 베풀어주신 은혜라는 사실을 매 순간 깊이 기억하며 감사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하나님께서 첫 번째 것만 가져오라고 하셨지, 그 이후의 것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약을 두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인간들의 실제적인 필요와 형편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시고 헤아리시는 하나님의 따뜻한 배려 때문입니다.

십일조를 통한 나눔과 배려의 실천

"여호와여 이제 내가 주께서 내게 주신 토지 소산의 맏물을 가져왔나이다 하고 너는 그것을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두고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경배할 것이며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와 네 집에 주신 모든 복으로 말미암아 너는 레위인과 너희 중에 거류하는 객과 함께 즐거워할지니라 셋째 해 곧 십일조를 드리는 해에 네 모든 소산의 십일조 내기를 마친 후에 그것을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에게 주어서 네 성문 안에서 먹고 배부르게 하라" (신 26:10-12)

가나안 땅에 정착한 지 셋째 해부터는 반드시 십일조를 빠짐없이 드리라고 엄중히 명령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십일조를 드리라고 명하시는 이유는 첫 번째 것을 하나님께 드리라고 하신 것과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 평생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모든 소득과 수입의 근원이 바로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하나님께서 십일조를 드리라고 명하시면서 동시에 이 십일조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하고 세밀한 규정을 제시하셨다는 것입니다. 바로 레위인과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를 위해서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즉, 기업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베풀고 나누는 일에 십일조가 사용되도록 하라는 명령입니다.

사실 이 말씀은 오늘날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명령이기도 합니다. 교회가 참으로 하나님의 거룩한 성민 공동체가 되려면, 단순히 성도들에게 십일조를 드리라고 강조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정성껏 드린 십일조가 성경이 제시하는 올바른 정신에 따라 합당하게 사용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즉 여호와께서 너를 그 지으신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사 찬송과 명예와 영광을 얻게 하시고 그가 말씀하신 대로 너를 네 하나님 여호와의 성민이 되게 하시리라" (신 26:19)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성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는 반드시 함께 감당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고 하나님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놀라운 특권을 가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도 마땅히 감당해야 합니다.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는 회피하려는 태도로는 결코 하나님의 인정을 받을 수 없습니다.

둘째, 첫 것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 성민의 마땅한 도리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 것임을 겸손히 인정하며, 가장 귀하고 소중한 첫 것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야말로 참된 믿음의 표현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마음의 방향을 하나님께로 올바르게 향하게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십일조는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나눔과 섬김의 정신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십일조가 사회적 약자들과 소외된 이들을 위해 사용될 때, 교회는 비로소 참된 하나님의 거룩한 공동체로서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십일조의 참된 정신입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시면서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서 누리는 놀라운 권리에 감사하되, 그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감당하는 참되고 신실한 하나님의 성민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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