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담대하라
신명기 31장
승계의 리스크
성공한 기업들도 예외 없이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최고경영자의 교체입니다. 이는 기업에게 공포스럽고 치명적인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재벌 기업의 총수 승계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협화음과 사회적 파장을 우리는 자주 목격합니다. 이는 외국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경영진이 과연 안정적으로 기업을 이끌 수 있을지, 승계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를 예의주시하며 투자 결정을 내립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후 팀 쿡이 경영을 승계했을 때도 동일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잡스 시대의 영광이 계속될지, 아니면 쇠퇴의 길로 접어들지를 주의 깊게 관망했습니다. 그 후 애플에 대한 신뢰와 주가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리더의 교체는 곧 갈림길에 서는 것과 같습니다. 과거의 영광을 계승하여 더욱 발전할 것인지, 아니면 몰락의 길로 향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됩니다.
내 나이 120세라
"또 모세가 가서 온 이스라엘에게 이 말씀을 전하여 그들에게 이르되 이제 내 나이 120세라 내가 더 이상 출입하지 못하겠고 여호와께서도 내게 이르시기를 너는 이 요단을 건너지 못하리라 하셨느니라" (신 31:1-2)
오늘 본문은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 모세가 물러나고 여호수아가 새로운 지도자로 세워지는 역사적 순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장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만,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극도로 불안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모세는 출애굽 2세대들에게 영웅 중의 영웅이었습니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모세를 보며 자랐고, 광야에서 태어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모세는 태어날 때부터 이스라엘의 지도자였습니다. 모세의 지팡이에서는 끊임없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목마를 때 반석에서 물이 솟았고, 배고플 때 하늘에서 만나와 메추라기가 내렸습니다. 적과의 전투에서도 하나님께서는 항상 모세를 앞세워 승리하게 하셨습니다.
이제 그런 모세가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모세는 백성들의 마음을 동요시키는 애매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습니다.
모세가 원했다면 40년간 함께한 세월을 들먹이며 백성들의 감정에 호소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죄 때문에 가나안 입성을 허락하지 않으신다며 백성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원망하게 만들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세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분명하고 깔끔한 메시지로 자신의 연약함과 인간적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며 마무리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떠나는 자의 품격 있는 자세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모세는 자신이 세운 업적만큼 화려하게 떠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 공동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공동체를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신 인간의 한계를 겸손히 받아들이고, 그 섭리에 순종했습니다.
이것이 세월이 흐를수록 하나님 앞에서 더욱 겸손해진 모세의 참모습을 보여줍니다.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일수록 쓸쓸히 무대에서 퇴장하기 어려운 법입니다. 마치 자신이 무시받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너는 여기까지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신 것이 인간적으로는 서운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동체를 생각하는 모세는 자신의 나이 120세를 들어 "이제는 내가 더 이상 너희 앞에서 출입할 힘이 없다"고 담담히 고백합니다.
너와 함께 하사
"모세가 여호수아를 불러 온 이스라엘의 목전에서 그에게 이르되 너는 강하고 담대하라 너는 이 백성을 거느리고 여호와께서 그들의 조상에게 주리라고 맹세하신 땅에 들어가서 그들에게 그 땅을 차지하게 하라 여호와 그가 네 앞에서 가시며 너와 함께 하사 너를 떠나지 아니하시며 버리지 아니하시리니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놀라지 말라" (신 31:7-8)
모세는 이제 후계자 여호수아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호수아를 공식적으로 세우며, 그가 감당해야 할 사명을 명확히 제시합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백성들을 인도할 지도자가 이제 모세가 아니라 여호수아임을 분명히 선포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여호수아에게 가장 중요한 말씀을 전합니다. "여호와께서 너보다 앞에 가실 것이다." 이는 여호수아가 비록 눈에 보이게 백성들을 이끌어가지만, 실제로는 하나님께서 그들을 인도하신다는 진리를 각인시켜 준 것입니다.
이 말씀은 여호수아를 겸손하게 하기 위한 것이면서, 동시에 모세가 40년간 하나님과 동행하며 체험한 신앙의 핵심을 전수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모세 역시 광야 생활 경험이라고는 미디안 땅에서 장인의 양을 치며 보낸 40년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모세 혼자서 이스라엘을 이끌게 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항상 하나님께서 모세보다 앞서 가셨고, 하나님께서 모세와 함께하셨습니다.
모세는 자신이 체험한 하나님의 동행을 여호수아에게 그대로 전수합니다. "네가 바른 마음만 가지면 하나님께서 너보다 앞서 가시고 모든 일을 인도하실 것이니, 너는 말씀대로 순종하기만 하라."
여호수아는 이 말씀을 깊이 새겨들었습니다. 가나안 정복 전쟁에서 그는 비록 젊고 경험이 부족했지만, 모든 일을 하나님께 의탁했습니다. 여리고성 같은 견고한 요새 앞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의지하지 않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길을 물었을 때, 하나님께서는 승리의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모세는 이처럼 백성들 앞에서 겸손히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후계자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며, 자신은 조용히 뒤로 물러서는 지혜를 보여주었습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겸손한 리더십 승계가 공동체를 안정시킵니다. 모세는 자신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며 백성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았습니다. 큰 업적을 이룬 사람일수록 화려하게 퇴장하고 싶은 유혹이 있지만, 모세는 공동체의 유익을 우선시하여 품격 있게 물러났습니다.
둘째, 하나님의 동행하심이 진정한 리더십의 근원입니다.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전한 가장 소중한 유산은 "하나님께서 앞서 가신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사람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도하신다는 신앙의 핵심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수했습니다.
셋째, 다음 세대를 세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전성기가 있고 물러날 때가 있으며, 후계자를 세워야 할 시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무대의 중심에 서 있을 수 없다는 겸손한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도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게 살아가며, 우리보다 젊고 유능한 다음 세대를 세워가고 격려하는 성숙한 믿음의 어른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