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 5장

성경
이사야

포도원의 노래

이사야 5장

울타리의 소중함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며 우리는 평소 국가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대한민국 여권의 위상을 경험하거나, 위기 상황에서 영사의 도움을 받을 때 비로소 국가라는 울타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어린아이에게 부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에서는 당연하게 여기던 부모의 존재가 위기의 순간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줄 때, 그제야 그 귀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하나님의 백성에게 하나님은 바로 이러한 울타리입니다. 평소에는 그분의 임재를 의식하지 못하다가도, 만약 그 보호의 손길이 거두어진다면 우리 삶은 참담해질 것입니다. 그때서야 우리는 깨닫습니다. 하나님의 울타리가 늘 우리를 둘러싸고 보호하고 계셨음을. 오늘 이사야는 유다 백성에게 바로 이 진실을 선포합니다.

극상품 포도원의 비유

"나는 내가 사랑하는 자를 위하여 노래하되 내가 사랑하는 자의 포도원을 노래하리라 내가 사랑하는 자에게 포도원이 있음이여 심히 기름진 산에로다" (이사야 5:1)

기름진 산에 자리한 포도원, 최상의 조건을 갖춘 포도원이 있습니다.

"땅을 파서 돌을 제하고 극상품 포도나무를 심었도다 그 중에 망대를 세웠고 또 그 안에 술틀을 팠도다 좋은 포도 맺기를 바랐더니 들포도를 맺었도다" (이사야 5:2)

포도원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당황스러운 일을 경험하셨습니다. 기름진 땅, 극상품 포도나무, 성실한 농부의 수고 - 모든 조건이 완벽했습니다. 포도주를 담을 술틀까지 미리 준비해 놓을 정도로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셨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들포도를 맺은 것입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땅도, 농부의 수고도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나무 자체에 있었습니다.

"내가 내 포도원을 위하여 행한 것 외에 무엇을 더할 것이 있으랴 내가 좋은 포도 맺기를 기다렸거늘 들포도를 맺음은 어찌 됨인고" (이사야 5:4)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주인의 탄식입니다. 최상의 환경과 최선의 돌봄에도 불구하고 들포도를 맺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열매

"무릇 만군의 여호와의 포도원은 이스라엘 족속이요 그가 기뻐하시는 나무는 유다 사람이라 그들에게 정의를 바라셨더니 도리어 포악이요 그들에게 공의를 바라셨더니 도리어 부르짖음이었도다" (이사야 5:7)

이스라엘이 포도원이요, 유다 사람 하나하나가 극상품 포도나무입니다. 농부이신 하나님께서 최상의 환경에서 정성껏 돌보신 나무들입니다. 그분이 기대하신 열매는 무엇이었을까요?

하나님이 원하신 열매는 정의와 공의였습니다. 이는 이사야 신학의 핵심 개념인 미쉬파트(מִשְׁפָּט)와 체다카(צְדָקָה)입니다. 미쉬파트는 하나님의 절대적이고 불변하는 율법적 정의를 의미합니다. 체다카는 이 정의가 인간관계 속에서 구현되는 실천적 공의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불변의 미쉬파트입니다. 이것은 결코 변할 수 없는 하나님의 절대적 명령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를 더 깊이 해석하셨습니다. 형제를 미워하는 것도 마음의 살인이며, '라가'라고 욕하는 것조차 살인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미쉬파트가 체다카로 구현되는 모습입니다. 정의와 공의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입니다.

유다 백성이 들포도를 맺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율법을 받고도 그것을 삶에서 실천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말씀은 들었으나 행하지 않았고, 진리는 알았으나 살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불의로 인한 이웃들의 부르짖음이 하늘에 상달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도 주의 말씀을 읽고 듣습니다. 변함없는 진리의 말씀을 정의로, 미쉬파트로 받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그 정의의 말씀을 붙들고 이웃과의 관계에서 실천하고 살아내야 합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공의를 이루는 길입니다. 이사야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유다 백성에게 미쉬파트와 체다카를 강조했고, 이를 지키지 못함을 책망했습니다.

울타리를 거두시는 심판

"이제 내가 내 포도원에 어떻게 행할지를 너희에게 이르리라 내가 그 울타리를 걷어 먹힘을 당하게 하며 그 담을 헐어 짓밟히게 할 것이요 내가 그것을 황폐하게 하리니 다시는 가지를 자름이나 북을 돋우지 못하여 찔레와 가시가 날 것이며 내가 또 구름에게 명하여 그 위에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하리라" (이사야 5:5-6)

하나님의 심판은 단순명료합니다. 울타리를 거두시는 것입니다. 더 이상 보호하지 않으시겠다는 선언입니다.

지금까지 포도원이 안전했던 것은 하나님의 울타리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평안히 일상을 누리는 것도 우리의 능력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손이 울타리가 되어 우리를 둘러싸고, 때마다 비를 내리시며, 뜨거운 해를 가려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 울타리를 거두시고, 비를 멈추시며, 모든 것을 자연 그대로 방치하시겠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너희에게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무서운 선언입니다.

하나님의 심판 중 가장 두려운 것은 무관심입니다. 하나님께서 돌아보지 않으시면 우리 인생은 잡초만 무성한 황폐한 포도원이 되고 맙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착각했습니다. 부귀영화의 열매, 성공과 번영의 열매를 맺기 원했습니다. 자녀가 잘되고, 건강하며, 헌금도 많이 드리고, 교회 일에 열심히 봉사하는 것이 좋은 열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주인이신 하나님이 진정 원하신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바라신 것은 권세의 열매도 아니요, 물질의 열매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정의와 공의였습니다. 절대적 진리를 붙들고 변함없이 살아내는 정의, 그 말씀을 이웃에게 실천하고 베풀며 나누는 공의 - 이것이 하나님이 기대하신 극상품 포도였습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울타리 안에 있음을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의 평안은 우리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보호하심 때문이며, 그 울타리가 거두어지면 우리는 무력해집니다.

둘째, 하나님이 원하시는 열매는 정의와 공의입니다. 물질적 번영이 아닌,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는 정의로운 삶을 원하십니다.

셋째, 가장 두려운 심판은 하나님의 무관심입니다. 울타리를 거두시고 돌아보지 않으시면 우리는 들포도만 맺는 쓸모없는 나무가 됩니다.

이제 우리가 주인의 마음을 알았으니, 그분이 기뻐하시는 열매를 맺읍시다. 그러면 하나님의 울타리는 영원히 우리를 둘러싸고, 때마다 은혜의 비를 내려주실 것입니다.

icon
핵심 주제
icon
제목

날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