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8장

성경
창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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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내면을 보지 못한 에서

창세기 28장

사랑의 결핍이 만들어내는 일탈

사람의 감정은 묘한 구석이 있어서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오히려 엇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가 여러 자녀를 키우다 보면 때로 한 아이에게 편애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소외된 아이들은 이상행동을 보이며 부모의 관심을 끌려 합니다. 친구를 때리거나 유리창을 부수는 등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부모를 놀라게 하면서 관심과 사랑을 되찾으려 애씁니다.

이는 비단 어린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성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 곳곳에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이들이 반사회적 행동으로 공동체를 어지럽히며 이목을 끄는 일이 빈번합니다.

오늘 본문의 에서가 바로 그런 인물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자였던 그는 정작 장자권의 축복을 받지 못했습니다. 빼앗긴 장자권으로 인한 극심한 분노는 동생을 향한 살의로 이어졌고, 이를 안 부모는 야곱을 밧단아람 하란으로 피신시킵니다.

"이삭이 야곱을 불러 그에게 축복하고 또 당부하여 이르되 너는 가나안 사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지 말고 일어나 밧단아람으로 가서 네 외조부 브두엘의 집에 이르러 거기서 네 외삼촌 라반의 딸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라" (창세기 28:1-2)

이삭은 아브라함의 전례를 따라 아들에게 믿음의 결혼을 당부합니다. 이는 단순한 가문의 전통 계승을 넘어, 에서의 이방결혼이 가져온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간절함이었습니다.

에서는 장자로 태어났지만 장자답게 살지 못했습니다.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아버린 경솔함, 그리고 사십 세에 헷 족속 브에리의 딸 유딧과 엘론의 딸 바스맛을 동시에 아내로 맞아 부모의 근심이 된 불효. 돌이켜보면 모든 불행은 그가 자초한 것이었습니다.

자기 성찰 없는 외부 관찰의 비극

장자권을 잃은 후 에서는 부모와 동생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합니다.

"에서가 본즉 이삭이 야곱에게 축복하고 그를 밧단아람으로 보내어 거기서 아내를 맞이하게 하였고 또 그에게 축복하고 명하기를 너는 가나안 사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맞이하지 말라 하였고" (창세기 28:6)
"에서가 또 본즉 가나안 사람의 딸들이 그의 아버지 이삭을 기쁘게 하지 못하는지라" (창세기 28:8)

에서는 두 가지 사실을 목격합니다. 야곱에게 믿음의 결혼을 당부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자신의 이방인 아내들이 부모를 기쁘게 하지 못한다는 현실. 이는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거울이었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회개할 기회였습니다.

정작 필요했던 것은 내적 성찰이었습니다. 왜 천부적 장자권을 축복으로 이어받지 못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기도했어야 합니다. 장자권을 경홀히 여긴 일, 이방결혼으로 부모를 근심케 한 일을 먼저 회개했어야 옳았습니다.

그러나 에서는 내면을 들여다보는 대신 밖을 살폈습니다. 자신에게 축복하지 않은 아버지의 행동, 축복을 가로챈 동생의 움직임, 어머니의 개입 정도를 감시하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혔습니다.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두 가지 징표를 깨달음의 기회로 삼는 대신, 그는 더욱 파국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에 에서가 이스마엘에게 가서 그 본처들 외에 아브라함의 아들 이스마엘의 딸이요 느바욧의 누이인 마할랏을 아내로 맞이하였더라" (창세기 28:9)

이스마엘은 이삭의 배다른 형제로, 하나님의 약속에서 제외되어 아브라함의 집에서 쫓겨난 인물입니다. 이삭에게는 유년의 상처였고, 그 가문에서는 금기시되는 이름이었습니다. 에서는 바로 그 이스마엘의 딸을 세 번째 아내로 맞이함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반항을 넘어선 자기 파멸적 선택이었습니다. 부모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스스로 돌아갈 다리를 불태워버린 것입니다.

에서의 길은 놀랍도록 가인의 길과 닮아 있습니다. 예배 중에 분노를 품고 형제를 살해한 가인. 하나님의 찾아오심에도 회개하지 않고, 보호의 표까지 거부한 채 에덴 동편 놋 땅에 성을 쌓으며 하나님과의 완전한 단절을 선언한 가인. 그의 후손들은 영원히 하나님께 적대하는 가문이 되었습니다.

우리 삶에도 실수와 잘못, 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돌아보면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깨달음이 있다면 언제든 돌이킬 수 있습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않으시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제는 제대로 살겠습니다"라고 결단하면,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다만 에서처럼, 가인처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하나님과 영원히 단절되는 잘못만은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두 번의 실수는 회개로 덮을 수 있지만, 계속해서 내면을 외면하고 타인만 바라본다면 피해의식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기도는 내면을 살피는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외부만 관찰하며 피해의식에 사로잡히지 말고,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대면해야 합니다.

둘째, 깨달음이 있을 때 즉시 돌이켜야 합니다. 하나님은 과거를 기억하지 않으시고 용서하시는 분입니다. 가인과 에서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아직 돌아올 수 있을 때 회개하고 돌이켜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에서의 길이 아닌 회복의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내면을 살피는 기도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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