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9장

성경
출애굽기

성결한 그릇

출애굽기 19장

예배를 위한 준비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대부분의 가정에는 목욕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몸을 씻으려면 동네 목욕탕을 찾아야 했고, 평소에는 한산했던 그곳이 명절 전날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습니다. 설날과 추석을 앞두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것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일 년에 단 두 번, 명절 때만 제대로 목욕을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은 명절 전날이면 반드시 자녀들을 목욕탕으로 보내셨습니다. 깨끗이 씻고 새 옷을 갈아입은 뒤에야 어른들께 세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어른을 만나는 예의였던 것입니다.

신앙이 깊은 부모님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자녀들 손에 목욕탕 비용을 쥐어주셨고, 아이들이 꺼려하면 바나나우유나 삶은 계란을 사 먹으라며 용돈까지 더해주셨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리에 더러운 몸으로 나설 수 없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이러한 신앙의 전통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오늘 본문이 그 근원을 보여줍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말씀을 주시기에 앞서, 먼저 그들에게 성결을 요구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주려 하니, 먼저 너희 자신을 정결하게 하라." 이것이 하나님의 명령이었습니다.

광야로 인도하신 섭리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을 떠나 가나안으로 가는 길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지중해 연안을 따라가는 해안 도로가 있었고, 왕의 대로라 불리는 무역로도 있었습니다. 해안 도로를 택하면 불과 한 달이면 도착할 수 있었고, 왕의 대로는 상인들이 오가는 안전한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어느 쪽도 택하지 않으셨습니다. 가장 빠른 길도, 가장 안전한 길도 아닌 홍해 광야의 길로 백성을 인도하셨습니다. 홍해는 바다여서 길이 없었고, 광야는 사막이어서 역시 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홍해를 가르시어 마른 땅으로 만드셨고, 광야에서는 낮에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친히 길이 되어주셨습니다.

이러한 여정의 첫 번째 정착지가 바로 시내산 기슭이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을 떠난 지 삼 개월이 되던 날 그들이 시내 광야에 이르니라 그들이 르비딤을 떠나 시내 광야에 이르러 그 광야에 장막을 치되 이스라엘이 거기 산 앞에 장막을 치니라" (출애굽기 19:1-2)

시내산은 애굽 군대가 추격할 수 없는 안전한 곳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서둘러 백성을 이끌어오시다가 이곳에서 구름기둥을 멈추시고, 상당 기간 머물게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실 두 가지 선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십계명으로 시작되는 하나님의 율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나님이 거하실 성막이었습니다.

거룩함에의 부르심

하나님께서는 언약의 말씀을 주시기에 앞서 특별한 준비를 명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백성에게로 가서 오늘과 내일 그들을 성결하게 하며 그들에게 옷을 빨게 하고 준비하게 하여 셋째 날을 기다리게 하라 이는 셋째 날에 나 여호와가 온 백성의 목전에서 시내 산에 강림할 것임이니" (출애굽기 19:10-11)

하나님은 복잡한 제사 의식이나 거창한 준비를 요구하지 않으셨습니다. 오직 성결, 그것만을 요구하셨습니다. 이는 단순히 육체적 청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옷을 빨아 입는 외적 정결과 함께 마음을 비우고 정화하는 내적 성결을 동시에 요구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뿌리내리고 자라며 열매 맺기 위해서는 먼저 그 말씀을 받을 토양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분주함과 염려로 가득한 마음, 세상 걱정으로 어지러운 영혼으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통해 가시떨기에 떨어진 씨앗이 염려와 재물의 유혹에 막혀 결실하지 못함을 가르치셨습니다.

"모세가 산에서 내려와 백성에게 이르러 백성을 성결하게 하니 그들이 자기 옷을 빨더라 모세가 백성에게 이르되 준비하여 셋째 날을 기다리고 여인을 가까이 하지 말라 하니라" (출애굽기 19:14-15)

모세는 백성들에게 구체적인 성결의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육체적 정결과 함께 욕망의 절제를 명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받는 그 순간만큼은 오직 그 일에만 온전히 집중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말씀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는 길이었습니다.

위대한 일 앞에 선 준비

430년 동안 애굽에서 종살이했던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말씀과 동떨어진 삶을 살았습니다. 직접 받은 계시도 없었고, 조상들의 신앙도 희미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거듭나야 했습니다. 이 변화의 시작점에서 하나님은 성결을 요구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위대한 역사를 행하시기 전에 늘 이러한 준비를 요구하십니다. 40년의 광야 생활을 마치고 요단강 앞에 선 이스라엘을 생각해 보십시오. 때는 추수기여서 강물이 넘쳐흘렀고, 급류는 도저히 건널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여호수아는 하나님께 부르짖어 응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전했습니다. "너희는 스스로를 성결하게 하라. 내일 여호와께서 너희 가운데 기이한 일들을 행하시리라." 뗏목을 준비하라거나 다리를 놓을 재료를 모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성결만을 명했습니다. 그리고 성결한 백성 앞에서 하나님은 요단강을 마른 땅으로 만드셨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방식입니다. 가장 귀한 말씀을 주실 때도, 놀라운 기적을 행하실 때도, 하나님은 먼저 우리의 성결을 요구하십니다. 우리가 깨끗한 그릇이 되면, 하나님께서는 그 그릇에 말씀을 담으시고, 은혜를 부으시며, 당신의 뜻을 이루십니다.

사도 바울은 큰 집에는 여러 종류의 그릇이 있다고 했습니다. 금그릇과 은그릇이 있는가 하면, 나무그릇과 질그릇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귀히 쓰는 그릇의 조건은 재질이 아니라 깨끗함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값진 금그릇이라도 더러우면 쓸 수 없고, 비록 질그릇이라도 정결하면 주인의 손에 들려 귀하게 쓰입니다.

기도는 바로 이 성결을 이루어가는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기도 가운데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고,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내며, 회개를 통해 정결함을 회복합니다. 이것이 하나님께 쓰임받는 그릇이 되는 길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임재는 준비된 마음에 임합니다. 세상의 분주함과 염려를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께 집중할 때, 비로소 그분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둘째, 성결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하나님께 쓰임받기 원한다면, 먼저 깨끗한 그릇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우리의 책임이자 특권입니다.

셋째, 기도는 성결을 향한 여정입니다. 매일의 기도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점검하고, 회개하며, 새롭게 됩니다. 이것이 영적 성장의 비결입니다.

성결한 그릇이 될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놀라운 일을 행하십니다. 말씀의 능력을 경험하고, 기적의 통로가 되며,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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