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2장

성경
출애굽기
icon
2

의미의 시간

출애굽기 2장

물리적 시간과 의미의 시간

물리적인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집니다. 하루, 한 달, 1년, 10년이라는 객관적 시간의 틀 안에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물리적 시간을 살아가며 느끼는 체감의 시간은 지극히 상대적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하루는 한순간처럼 지나가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거나 부담스러운 사람과 함께 있을 때의 1분은 마치 한 시간처럼 길게 느껴집니다. 신비롭게도 우리는 물리적이고 객관적인 시간과 주관적으로 체감하는 시간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성경을 기록하시고 역사를 바라보시는 관점은 물리적 시간의 관점이 아닙니다. 만약 하나님이 물리적 시간의 관점에서 성경을 기록하셨다면, 성경은 지금보다 훨씬 방대한 분량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당신의 역사와 말씀을 기록하실 때 상대적 시간의 관점, 즉 하나님께서 바라보시는 의미의 시간이라는 관점을 취하셨습니다. 하나님 보시기에 의미 있는 시간들은 상세하게 기록하시고, 의미가 적은 시간은 생략하거나 간략하게 처리하십니다.

오늘 본문은 하나님의 이러한 역사 기록 방식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말씀입니다. 바로는 번성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보며 깊은 불안을 느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보호 아래 날로 번성하는 히브리 민족이 위협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바로는 그들에게 가혹한 노역을 부과하면 죽음과 고통으로 인해 번성이 둔화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완전한 오판이었습니다. 하나님이 기억하시고 돌보시는 백성은 오히려 더욱 번성해 갔습니다.

바로는 더 가혹한 노역을 부과했지만 번성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산파들에게 남자아이를 죽이라 명령했지만, 산파들은 바로보다 하나님을 더 경외했습니다. 모든 방법이 실패하자, 결국 바로는 히브리 민족의 모든 남자아이를 나일강에 던지라는 극단적인 명령을 내립니다.

모세의 80년 인생과 하나님의 기록

바로 이 시기에 레위 지파의 한 가정에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레위 가족 중 한 사람이 가서 레위 여자에게 장가 들어 그 여자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으니 그가 잘생긴 것을 보고 석 달 동안 그를 숨겼으나" (출애굽기 2:1-2)

부모는 바로의 명령을 어기고 아이를 석 달간 숨겨 키웠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면서 울음소리가 커지자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부득이하게 그들은 갈대 상자를 만들고 역청으로 방수 처리를 한 후, 아이를 나일강가에 띄워 놓았습니다.

하나님의 섭리로 바로의 딸이 목욕하러 나왔다가 그 상자를 발견했고, 아이를 자신의 양자로 삼았습니다. 놀랍게도 아이의 친어머니가 유모가 되어 젖을 먹이게 되었고, 바로의 딸은 법적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바로의 딸이 그에게 이르되 이 아이를 데려다가 나를 위하여 젖을 먹이라 내가 그 삯을 주리라 여인이 아기를 데려다가 젖을 먹이더니 그 아기가 자라매 바로의 딸에게로 데려가니 그가 그의 아들이 되니라 그가 그의 이름을 모세라 하여 이르되 이는 내가 그를 물에서 건져내었음이라 하였더라" (출애굽기 2:9-10)

바로의 딸의 아들이 된 모세는 왕위 계승 서열에 오르는 이집트 왕자가 되었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한 이집트 왕자였지만, 속으로는 히브리인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친어머니가 유모로서 끊임없이 그의 뿌리와 정체성을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마흔 살 무렵, 모세는 이집트 감독관이 동족을 학대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분노를 참지 못한 그는 감독관을 죽이고 모래에 묻었습니다. 이 일이 발각되자 바로는 모세를 죽이려 했습니다. 히브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닌 모세가 반란의 중심이 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미디안 광야로 도피했고, 그곳에서 제사장 르우엘을 만나 그의 딸 십보라와 결혼했습니다.

"모세가 그와 동거하기를 기뻐하며 그가 그의 딸 십보라를 모세에게 주었더니 그가 아들을 낳으매 모세가 그의 이름을 게르솜이라 하여 이르되 내가 타국에서 나그네가 되었음이라 하였더라" (출애굽기 2:21-22)

이후 40년간 모세는 미디안 광야에서 장인의 양 떼를 치며 살았습니다. 놀랍게도 모세가 태어나서 80세가 되기까지의 긴 세월이 출애굽기 2장 단 한 장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모세 인생의 가장 찬란한 시기는 언제였을까요? 세 개의 40년 중에서 이집트 왕자로 살았던 첫 40년이 가장 영광스러운 시기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그 화려한 시기를 극도로 간략하게 다룹니다.

왕자들 간의 권력 다툼, 이집트 최고의 학문을 익히며 보인 탁월함, 양어머니와의 관계 등 기록할 만한 일들이 무수히 많았을 것입니다. 미디안 광야에서의 40년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인과의 관계, 아내 십보라와의 사랑, 아들의 출생과 양육 등 인생의 굵직한 사건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당신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만을 기록하시기에, 모세의 80년을 단숨에 지나가십니다. 반면 모세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이후의 마지막 40년은 극도로 상세하게 기록됩니다. 출애굽기 40장 전체, 레위기 27장, 민수기 36장, 신명기 34장까지가 모두 모세의 마지막 40년에 관한 기록입니다. 비율로 따지면 압도적인 차이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살아야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 하루를 살더라도 하나님의 생명책에 기록될 만한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내가 보기에 의미 있고, 세상이 보기에 화려한 시간이라 할지라도, 하나님 보시기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면 그것은 헛된 인생입니다.

이집트 왕자로서의 찬란한 40년도, 광야에서 몰락한 왕자로 지낸 40년도, 하나님 보시기에는 기록할 가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모세의 마지막 40년은 기록할 것이 차고 넘치는, 생명책에 빼곡히 기록될 만한 의미로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하루도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말씀에 순종하며 분투하는 삶, 하나님 앞에 엎드려 기도하며 성실하게 사명을 감당하는 삶은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는 인생입니다. 그런 삶을 살아간다면 시간이 흐른 후 하나님께서 칭찬하실 인생이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성찰해 봅니다. 세상이 보기에 화려했던 이집트 왕자의 40년, 기구해 보였던 광야 목자의 40년, 이 80년은 하나님 보시기에 기록할 가치가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모세의 마지막 40년은 생명책에 기록될 내용으로 충만한 인생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이 땅을 굽어보시며, 주어진 물리적 시간을 가치의 시간으로, 의미의 시간으로 변화시켜 살아가는 자들을 귀하게 여기십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은 물리적 시간이 아닌 의미의 시간으로 우리 인생을 평가하십니다. 세상이 보기에 찬란했던 이집트 왕자의 40년도 하나님께는 기록할 가치가 없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시간은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시간입니다.

둘째, 매 순간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가치 있게 살아야 합니다. 1분 1초를 아껴서 하나님께서 주신 물리적 시간을 영적 가치가 있는 시간으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말씀에 순종하고, 기도하며, 성실하게 사명을 감당하는 삶이 필요합니다.

셋째, 오늘 하루가 생명책에 기록될 만한 하루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손에 붙들린 인생,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며 기록하실 만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부터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하나님의 의미로 채워지는 특별한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 의미 있는 시간 속에서 우리 모두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인생의 주인공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icon
핵심 주제
icon
제목

의미의 시간

날짜